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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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례문화의 변화 속에서 ‘위패만을 모시는 장례’, 즉 납골 없이 위패(位牌)만 봉안하는 추모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유골을 특정 장소에 안치하지 않고, 고인의 이름과 신위를 상징하는 위패만을 모셔 추모하는 형태로, ‘유해가 없는 추모 공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는 아직 법적 근거와 관리 기준이 명확히 마련되지 않은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공식적인 장례 절차에서는 시신이나 유골이 필요하지만, 장례 이후에는 위패나 영정(사진)만을 가정이나 봉안시설에 모시고 추모하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의 경우, 화장 후 일정 기간 안치된 유골이 최종 처리되고, 장례식은 위패나 영정을 중심으로 간소하게 진행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절차의 축소가 아니라, ‘기억 중심의 추모’라는 인식의 전환을 보여준다. 고인을 물리적으로 보존하기보다, 정신적·상징적 매개체로 추모하는 흐름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미 유골이 영구 보존되지 않는 장례문화가 다양하게 발전해왔다.일본에서는 화장한 유골을 풍선에 담아 성층권까지 띄워 하늘로 흩어지게 하는 ‘풍선 장례식(Balloon Funeral)’이 등장했으며, 일부 수목장에서는 유골을 나무 아래 묻고 추모목이나 위패를 상징물로 두는 사례도 있다.
독일·스위스·영국 등에서는 **자연장(Burial in Nature)**이 활성화되어 있다. 화장 유골을 산림 속에 묻어 자연의 일부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GPS로만 위치를 기록하여 묘지 표식을 최소화한다. 이는 묘지 부족, 환경보존, 사회적 비용 절감 등 현실적 이유와 더불어 생명 순환의 철학을 담고 있다.
또한 네팔에서는 전통적으로 수장(水葬) 또는 화장 후 강에 유골을 흘려보내는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 역시 유골이 특정 시설에 보존되지 않는, 자연으로의 귀환을 중시하는 장례 형태다.
이처럼 해외의 다양한 사례들은 위패 중심의 장례가 단순한 편의적 선택이 아니라, 환경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발전한 합리적 대안임을 보여준다. 좁은 국토와 급증하는 사망자 수로 인해 납골당과 묘지 부족 문제가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위패 중심의 장례는 공간 문제 해결과 환경 부담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위패는 고인의 유해 대신 ‘기억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추모의 본질이 물리적 보존이 아니라 정신적 연결과 기억의 계승임을 일깨운다. 그러나 납골 없이 위패만 모시는 방식은 아직 법적 기반이 불명확하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매장, 화장 후 봉안, 자연장 등 유골 처리 방식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유골을 안치하지 않고 위패만 봉안하는 행위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다. 따라서 일반 유가족이 유골 안치를 포기하고 위패만 모시는 경우, 법적 논란의 소지가 존재한다. 반면, 무연고 유골의 행정처리 등 공영장례의 일부 사례는 예외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위패는 본질적으로 유골이 아닌 상징물이므로, 장사 관련 법률의 직접적인 규제 대상은 아니다. 따라서 순수한 위패 보관만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은 종교 단체나 비영리 법인 등으로 등록하여 운영 목적에 맞게 관리하면 법적 문제는 거의 없다. 다만, 유골을 함께 봉안할 계획이 있을 경우, 반드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상의 봉안시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결국, 위패 보관소를 설립·운영하려는 경우에는 건축법·시설관리법 등 일반 시설 기준을 준수하면서, 종교적·문화적 목적에 부합하는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위패 중심의 장례는 단순한 절차의 간소화가 아니라, 추모의 본질을 재해석한 문화적 혁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법적·제도적 기반은 아직 이 새로운 형태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장례를 ‘유해의 보존’에서 ‘기억의 계승’으로 확장하는 시각이 필요하다.‘위패만의 추모 공간’**이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① 유골 처리의 법적 절차 명확화, ② 위패 시설의 제도적 기준 마련, ③ 사회적 합의 형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재 / 사단법인 장례지도사협회 회장 , 명지대학교교수